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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아이의 패턴 (ft. 에니어그램) (통합본)

길 인간학연구소25:07

Transcription

MBTI가 인기 있는 이유가 일단 쉬워서 그래요. 그러면서도 꽤 잘 맞거든요. 하여튼 재미로 즐기기엔 이만한 테스트가 없습니다.

근데 애니어그램은 그런 식으로 바로 이해하는 게 잘 안 돼요. 원리를 이해하려면 한참 들어야 하는데, 평소 이런 거에 별 관심 없던 사람이라면 듣다가 합품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가장 큰 문제는 내 유형이 뭔지 알기가 어렵다는 거예요. 사실 MBTI가 재밌는 이유가 뭐예요? 얘기 들어보니까 난 집순이니깐 i고, 원리나 이론에 관심이 많으니까 n이고, 감정이 별로 없으니까 t고, 즉흥적인 편이니깐 p겠네. 난 p인 것 같은데 inp가 뭐라고? 우주의 관심이 많다고? 와, 어떻게 알았지? 빅뱅, 블랙홀 이런 거에 관심 개 많아. 이거 웃기네. 이렇게 되는 거잖아요. 다시 말해서 내 유형에 대한 설명이 진짜 나랑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근데 대부분의 경우 MBTI는 자기 유형이 먼저 하는 게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아요. 그리고 유형에 대한 설명이 실제 사람과 비슷한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근데 이게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한테도 다 적용이 되다 보니까, 와, 이거 진짜네. 재밌다. 이러는 거죠. 경험을 하면 할수록 더 그런 걸 느끼게 됩니다.

근데 애니어그램은요. 좀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일단 익숙해지면 MBTI보다 훨씬 더해요. 좀 섬뜩할 정도로 맞아떨어지는 게 있습니다. 그런 게 있어야 재밌는 거잖아요. 엄청 재밌습니다. 물론 애니어그램이나 MBTI나 당연히 한계가 있죠. 그래서 재미로 보는 게 좋다고 하는 거죠.

근데 MBTI가 재미 이상의 의미를 갖는 부분도 있어요. 특히 한쪽으로 확실히 기울어진 특성을 갖는 분들. 예. 근데 T 점수가 90점 나오고 F 수는 10점밖에 안 나오는 분들. 이런 분들은 MBTI가 현실적으로도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아, 내가 통계적으로 상위 5%에 속하는 극튀 인간이었구나. 내가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평균에 비해 한쪽으로 쏠려 있었구나. 이렇게 자익했거나 또는 메타인지에 도움이 된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이전에는 도대체가 사람들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가 이해가 안 갔었는데, 그 이유가 그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말하자면 내가 좀 특이한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는 거죠.

무엇보다도 MBTI에는 직업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세상에는 엄청나게 다양한 직업이 있잖아요. 그리고 각각의 직업에서 요구하는 특성이 다르죠.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관종이에요. 기가 아주 넘치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걸 즐깁니다. 이런 특성이 가수나 배우 같은 직업에서는 대단한 강점이 될 수 있어요. 근데 교사나 공무원이 되기에는 매우 부적절한, 어쩌면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MBTI를 알면 내가 평균을 기준으로 어느 쪽으로 치우쳐 있는지를 알 수 있어요. 그 치우친 게 어떤 직업에서는 강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사실은 MBTI라는 게 원래 그런 목적을 갖고 있는 거예요. 바이어스는 자기가 만든 MBTI에 대해서 이런 말을 합니다.

"설문지는 사람들이 그들의 천직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않은지 알아보고 어떻게 그들을 도울지 알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근데 직업 말고 다른 걸로 고민할 때 MBTI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많죠. 연애할 때 상성이 좋은지 궁합이 맞는지 이런 것도 MBTI로 보려고 하는 거예요. 뭐 재미로만 보면 나쁠 건 없는데. 음. 근데 연애에 대한 진짜 깊은 고민을 MBTI를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면, 예, 좀 무리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MBTI로 보는 상성이나 궁합은 그저 공통적으로 발달된 부분이 뭐고 반대 방향으로 발달된 부분이 뭔지를 보는 정도예요. 이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본격적인 연애 심리를 다루려면 MBTI보다는 애착 이론을 알아야 해요. 특히 불안형이라면, 이유형을 집착형이라고도 하죠. 본인이 불안형이라면 애착 이론을 하는 게 아주 도움이 됩니다. 연애할 때 뻘짓을 가장 많이 하면서 남도 피곤하게 만들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힘들게 만드는 유형이거든요. 이 사람들이 아는 뻘짓이란 게 뭐냐면 자기한테 잘해 주는 사람은 눈에 안 들어오고 잘 안 해 주는 사람만 쫓아다닌다는 겁니다. 그래서 연애가 괴로워요. 그리고 회평도 본인이 왜 연애에 관심이 없는지를 알려면 이런 걸 좀 알 필요가 있고요. 안정형도 아주 확실한 안정형이 아니라면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 이상한 사람을 만나서 사람이 좀 망가질 수도 있거든요. 진짜 연애를 하면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면 성격이 변할 수 있습니다. 좋게 변할 수도 있고 나쁘게 변할 수도 있어요. 이런 연애 심리를 매우 깊이 있게 그리고 명쾌하게 설명하는 게 바로 애착입니다.

자, 이렇게 MBTI는 직업 적성 쪽에, 그리고 애착 유형은 연애의 심리 쪽에 강점 있는 이론이라고 한다면 애니어그램은 도대체 어떤 분야에 도움이 되는 이론일까요? 사실 애니어그램을 제대로만 알게 된다면 직업 적성, 연애, 심리 다 어느 정도 설명이 돼요. 그뿐 아니라 더욱 근원적인 부분, 나의 무의식적 신념이나 가치관, 세계관, 세상을 보는 시각 이런 걸 알게 됩니다.

자, 이게 무슨 얘기냐면요. 자, 이런 성격 유형 설명할 때 맨날 하는 얘기가 있어요. 두 가지 기본 원칙이 있습니다. 첫 번째, 모든 사람은 다르다. 두 번째, 모든 사람은 같다. 자,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거냐면요. 표현 방식이나 우선순위가 다를 뿐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와 감정, 생각은 다 똑같은 원리에 의해 움직인다는 거예요. 믿었던 사람이 배신하면 괴로운 거고요.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잘해 주고 싶은 겁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다 그래요. 예외가 없습니다. 애니어그램은 바로 이런 성격의 두 가지 모순된 측면. 즉 모든 사람이 같은 걸 갖고 있으면서도 결국 모든 사람이 다 제각기 다른 개별적으로 독특한 성향을 갖게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이걸 정확하게 이해하면 사람들이 왜 그렇게도 다른지, 동시에 그러면서도 그 전혀 다른 사람들이 알고 보면 얼마나 비슷한지 이런 게 보이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사람을 총체적으로 원리적으로 이해하게 된다는 거예요.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 그걸 알게 됩니다.

사실 애착 유형도 그런 면이 있죠. 내가 연애할 때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알게 되는 게 있어요. 이게 내면화의 이론과도 연결이 되는데요. 근데 네 가지 유형밖에 없잖아요. 너무 단순하죠. 사실 내면 아이가 그림자로 가려진 상태에서 우리 인격을 배후 조정하는 전략은 아주 다양해요. 사람에 따라서 전혀 다른 패턴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똑같이 내면 아이가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 사람한테 도움이 되는 말이 저 사람한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더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애니어그램은 바로 이 내면 아이의 패턴을 파악하는 도구라고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왜 나의 진짜 유형을 알기가 그렇게도 어렵냐면요. 그 유형 자체가 바로 내면 아이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그래요. 그래서 진짜 자신의 애니어그램 유형이 뭔지 확실하게 아는 사람은 자신의 내면 아이를 발견하고 그 아이가 지금까지 나를 어떤 방식으로 조정해 왔는지를 깨닫게 되었다고 알 수 있습니다.

마음이 어디 있어요? 우린 뇌에 있잖아요. 이전에 그런 말씀드린 적 있죠? 니체의 이야기할 때 인간의 생각은 진실을 탐구하기 위해 생겨난 게 아니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인간의 뇌는요. 뭐가 맞고 뭐가 틀리고 이런 걸 알기 위해 생겨난 게 아니에요. 그건 그저 부차적인 혹은 부가적인 프로세스일 뿐입니다. 진짜 목적은 살기 위해서예요. 유기체의 생존 그리고 번식입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 안에서 작동하는 메커니즘의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인간의 복잡한 정신에는 다른 모든 동물처럼 살려고 발버둥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겁니다. 이건 우리가 의도한 게 아니에요. 오히려 그게 우리를 의도하고 있는 겁니다. 이 살고자 하는 본능, 무의식적 본능이 의식을 만들어 내고 그걸 바탕으로 조정하고 있는 거예요.

자, 그래서 사실은 믿음이라는 게 신념이라는 게 내가 그걸 가지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그게 나를 갖고 있는 겁니다. 사로잡힌다고 하잖아요. 믿음이 나를 사로잡고 있는 겁니다. 모든 사람에겐 그런 게 있어요. 그 사람을 붙들고 있는 신념이 있습니다. 이게 믿음. 신념하니까 단어 자체의 느낌 때문에 좀 오해할 수 있는데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그런 믿음이나 신념의 의미와는 좀 차이가 있어요. 뭐랄까?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라나 할까요? 세계관, 가치관, 나도 모르게 형성된 신념 체계 뭐 이런 걸 의미하는 거예요. 이게 타고난 기질과 어린 시절의 경험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게 형성됩니다. 예.

근데 이런 거예요. 어렸을 때 아동 폭력을 심하게 경험한 사람은 어떤 신념을 갖게 되겠어요? 세상은 위험하고 무서운 곳이다. 그래서 강해져야 한다. 약해지면 안 된다. 뭐 이런 신념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왜 이런 게 만들어지냐면요. 살아남는데 도움이 되거든요. 그 아이가 처한 환경에서는 다시 말해서 걸핏하면 주먹이 날아오는 위험한 환경에서는 그렇게 세상을 바라봐야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얘기예요. 한마디로 살기 위해서 그런 신념이 생겨난 거예요. 신념 체계라는 게 일종의 생존 시스템이에요.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게 아니고요. 그냥 그렇게 되는 겁니다. "너 살아야지." 이런 생각을 해서 그 시스템이 생겨난 게 아니라 순서가 반대해요. 그 시스템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본능 시스템이 작용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예요. 일반적으로 어른이 되고 나서도 어린 시절 만들어진 신념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합니다. 대부분은 그게 평생 남아 있어요.

예를 들어서 터프한 8번 유형이 되는 DNA가 따로 있더라. 물론 이런 건 없고요. 또 5번 유형이 공부를 잘한다던데 우리 애를 5번으로 만들어야겠어. 혹은 3번 유형이 출세할 가능성이 크다던데 3번으로 키우는 게 낫지 않을까? 이건 아니라는 거예요. 부모가 작정하고 애를 특정 유형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애가 그렇게 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본성과 양육이 두 가지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성격이 형성된다는 거죠.

그런데 이런 건 있어요. 유형별로 유년 시절의 기억이 유사한 면이 있다는 거죠. 어, 그럼 어린 시절에 비슷한 경험을 한다는 거니까 결국 환경이 그렇게 만든다는 거네. 그렇지는 않고요. 왜냐면 이 경험이라는 게 매우 주관적인 성격을 갖고 있거든요. 예. 근데 똑같은 부모 밑에서도 아이들마다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똑같이 대해줘도 아이들에 따라서 그걸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겁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다만 기억이 비슷할 뿐이란 얘기입니다. 원인은 두 가지 다라는 거죠. 이걸 혼동하지는 마시고요.

자, 이제부터 말씀드린 내용은 이해하기 쉽도록 단순화한 거니깐요. 해당 유형이면 무조건 이렇다고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개인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유형별로 대략 이런 식의 경험을 통해 성격이 형성된다고 이해를 하시면 되겠습니다. 본능 유형을 먼저 하고 다음에 감정 유형 그리고 사고 유형 순으로 진행하겠습니다.

본능 유형은 본능에 고착되어 있는 사람들이죠. 자, 이 고착되어 있다는 게 무슨 말인지, 예, 단어가 좀 어렵죠? 그냥 이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집착한다거나 할까요?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는 거죠. 다시 말해서 본능 유형 8번, 9번, 1번은 본능에 집착한다는 겁니다. 이때 말하는 본능은 주로 영역 본능과 관련이 크다고 했죠. 자치권을 원한다. 이런 말을 했잖아요. 다른 누구의 터치도 받고 싶어 하지 않는 자신만의 영역. 이런 거에 민감하다는 거예요. 본능 유형은 일종의 생존 본능 같은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본능 유형이 생존 본능에 집착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요. 이들은 이 생존 본능의 위협이 되는 환경에서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자, 이건 실제로 그랬다는 얘기보다는 물론 그럴 수도 있어요. 근데 그것보다는 본인이 그렇게 느꼈다는 얘기입니다. 자기 영역을 침범당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는 거예요. 어린 시절에요. 본인이 그렇게 느꼈다는 게 중요한 거예요. 그 차이를 아시겠죠? 좀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보통 폭력을 잘 쓰는 사람은 과거에 폭력의 희생자였던 경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쉽게 말해서 두들겨 맞다 보니깐 이러다가 내가 죽겠다 싶어서 나도 남을 두들겨 패기 시작한 거예요. 또한 남에게 통제를 당했던 사람이 성장한 후에 남을 통제하거나 어린 시절 너무 존재감이 없어서 상상 속에 자기 존재를 구축해 왔던 사람도 본질적으로 내용은 같습니다. 이러다간 내가 죽겠다 혹은 사라지겠다 싶어서 나를 살리기 위해 시작된 그 일이 그 위협이 되는 상황이 없어진 후에도 계속되는 것. 이것이 바로 유형의 실체입니다. 예를 들어서 이번에도 좀 센 예를 들어 볼게요. 어린 시절은 부모님이 나보다 훨씬 크잖아요. 그래서 나를 때리면 꼼짝 없이 맞을 수밖에 없지만 다 크고 나면 그렇게 되지는 않죠. 내 덩치도 커져 버렸거든요. 부모님보다 오히려 힘이 더 세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거죠. 그렇게 되지 않으면 처맞는다고 여기는 거예요. 그게 내 성격이 되어 버렸다는 겁니다. 실제로 그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나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는 겁니다. 왜? 내가 이미 그런 사람이 되어 버렸으니까. 이게 유형이라는 거예요. 이해가 가시죠?

자, 그렇다면 감정 유형은 어떨까요? 마찬가지예요. 다만 이들은 생존 본능이 직접적으로 위협을 받은 게 아니라 자기 이미지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던 사람들인 겁니다. 쉽게 말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모르는 겁니다. 자, 이게 무슨 얘긴지 설명드릴게요. 이런 상상을 한번 해 보세요. 내가 태어났는데 주변에 로봇만 있는 거예요. 그리고 그 로봇이 나한테 분유를 주고 이유식을 주고 목욕도 시켜주고 나중에 좀 더 크면 밥 주고 뭐 이런 겁니다. 이렇게 나를 먹이고 살려주는 로봇만 있고 인간이 단 한 명도 없다면 그리고 내가 성장해서 어른이 된다면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가 있을까요? 내가 성격이 활발한 사람인지 조용한 사람인지 순한 사람인지 모한 사람인지 매력적인 사람인지 반맛 없는 사람인지 유능한지 무능한지 예쁜지 못났는지 내가 알 수가 있을까요? 답은 아니요라는 거죠. 왜냐면 나한테 그런 이야기를 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에요. 이와 비슷한 일이 감정 유형인 사람들에게 일어난 겁니다. 주변 사람들은 이들에게 충분히 반응해 주지 않았거나 혹은 특정 행동에 대해서만 반응해 준 거예요. 따라서 이들은 자신에게 익숙한 반응을 받을 때에만 자기 이미지가 뚜렷해지는 경향을 갖게 됩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부모가 평소에는 자기한테 관심을 전혀 보이지 않다가 자기가 무언가 뛰어난 일을 했을 때만 관심을 보이고 반응해 주면 이 아이는 3번 유형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착한 행동을 할 때에만 관심을 보인다면 2번 유형.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할 때에만 관심을 보인다면 4번 유형이 됩니다. 자,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건 부모가 실제로 이렇게 했을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아이가 그렇게 느꼈다는 얘기입니다. 다른 거예요.

감정 유형은 감정에 고착된 사람들입니다. 다시 말해서 자기 이미지에 집착한다는 거예요. 이 자기 이미지란 말 그대로 타인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의미합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통해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아는 것과 비슷한 원리예요. 아이들이 부모에게, 특히 엄마에게 관심을 끌려는 행동은 본능적인 겁니다. 아이는 타인의 반응을 통해 자기 이미지를 만들게 되는 거예요. 따라서 정상적인 자기 이미지를 만들려면 타인의 반응이 충분히 필요하다는 거죠. 그런데 감정 유형은 바로 이 부분이 부족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이걸 메꾸기 위해 타인의 반응을 확인하려는 성향을 갖게 되는데요. 이것은 주로 인생 초기에 아주 어린 시절 얘기하는 거예요. 기억도 잘 안 날 수도 있습니다. 타인의 반응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던 행동으로 귀착됩니다. 유능해지고 착한 행동을 하며 남들과는 다른 행동을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거죠.

자, 그리고 사고 유형. 사고 유형들은 생각을 멈출 수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생각을 멈추는 게 이게 잘 안 되는 거예요. 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을까요? 이걸 이해하려면 이들이 왜 생각을 하게 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먼저 해야 합니다. 생각이란 주로 무언가를 알아내거나 결정할 필요가 있을 때 하는 거예요. 그렇죠? 따라서 생각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런 일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어린아이는 생각을 그렇게 많이 할 필요가 없어요. 왜냐면 어른이 알아서 다 해 주거든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환경에 놓인 아이들도 있는데 이들이 성장하면 사고 유형이 됩니다. 사고 유형은 부모한테 다 맡겨 버리는 아이들과는 달리 스스로 생각해야만 하는 환경에서 성장한 거예요. 즉 누군가 이들에게 어떻게 하라고 말해 준 사람이 없거나 말했다 하더라도 언행일치가 되지 않아서 아이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든 거죠. "이번에 우동 상태하면 새 휴대폰 사 준다고 하신 것도 저번처럼 그냥 말로만 하신 걸야." 알 수 없는 미래로 인해 생각하기 시작한 이들은 재미있는 일에 빠져 생각을 다른 대로 돌림으로써 불안한 미래를 잊거나 더욱 깊이 생각하고 신중히 행동하게 되었으며 확실한 행동을 가르쳐 주는 집단이나 스승에 매달리는 경향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성장한 후에도 더 이상 생각을 멈출 수가 없게 된 거예요.

본능 유형이건, 감정 유형이건, 사고 유형이건 시작된 이유는 결핍된 환경을 보충하기 위한 거였어요. 다시 말해서 본능 유형은 존재 자체의 위협을 가하는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시작되었고요. 감정형은 자기를 비춰볼 수 있는 타인의 반응이 부족했기 때문에 시작되었으며 사고 유형은 어른들이 보장해 주지 않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시작된 겁니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시작된 그것이 계속되는 것. 이것이 바로 유형의 실체요. 애니어그램에서 말하는 성격의 본질입니다.

사실 저는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이 대충 어떤 유형들인지 알고 있습니다. E보다는 I가 훨씬 많고요. S보다는 N이 훨씬 많아요. 다시 말해서 주로 IN 유형들이 이런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아마도 ES 유형은 거의 없을 거예요. ESFP라면 잠깐 흥미를 느낄 수는 있겠지만 계속 관심을 갖기는 어려울 겁니다. 애니어그램으로 보면 4번이 아주 전형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재밌어 하는 유형이고요. 5번 중에도 그런 분들이 꽤 있어요. 1번이나 8번은 아주 드뭅니다. 왜냐면 이 이야기는 인간 정신의 표면이 아니라 심층으로 들어가는 면이 있기 때문이에요. 1번과 8번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철저히 현실 표면에서 살아가는 유형들이고요. 4번과 5번은 시선 자체가 가장 깊은 곳을 응시하는 유형들이에요. 원래 타고난 특성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뭐랄까 확실히 깊이는 일종의 재능 같은 게 있는 거죠.

문제는 넓이입니다. 4번과 5번은 주로 혼자 있는 게 익숙한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다양한 사람을 접해 본 경험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단순히 흥미만으로 애니어그램의 전체 그림을 보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만약 특수한 직업을 갖고 있다면 예. 근데 정신과 의사나 심리 상담가라면 거의 최상의 조건이 되지 않을까 하는데요. 전혀 이질적인 타입의 환자 또는 내담자의 정신 세계를 하나하나 깊게 파고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될 테니까 말 그대로 전문가가 될 수 있겠죠. 하지만 그런 직업이 아니라면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사람들은 웬만하면 자기의 깊은 속을 다른 사람에게 잘 보여주지 않거든요. 가장 소질이 있을 걸로 보이는 4번과 5번도 이런 상황인데 다른 유형이라면 더 힘들겠죠. 이 지식을 얻기가 만만치 않을 겁니다. 그래서 만약 4번과 5번이 아닌데도 이런 이야기에 흥미를 갖는다면 좀 특별한 케이스라고 봅니다. 적어도 일반적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경험적으로 6번은 좀 봤어요. 이것도 일종의 정신적인 믿음 체계라고나 할까요? 그런 면이 있어서 그리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 같은 게 있어서 6번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게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3번은 많지 않은데 날개가 4번이면 흥미를 느끼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3번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관심이 많지만 현실적인 결과나 보상이 없다면 관심이 지속되기 어려워요. 7번은 꽤 자주 보입니다. 하지만 지속력은 역시 약합니다. 갑자기 등장해서 한번 훅 훑고 지나가는 사람이 많죠. 원래 7번이 그런 시기거든요. 관심의 분야가 넓지만 하나를 붙들고 파고드는 힘은 부족한 편입니다. 2번은 드물어요. 2번은 타인에게 관심이 많지만 타인을 분석하려는 성향은 거의 없죠. 애니어그램은 무엇보다 자기 내면에 대해서 관심이 있어야 되는데 그래서 4번이 이 세계에서 대장 노릇하는 거죠. 근데 2번은 정작 본인한테는 별 관심이 없거든요. 1번 8번은 아까 말씀드렸듯이 이런 거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드물어요. 현실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그렇게까지 남의 심리나 자기 심리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것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다툼, 갈등, 해결 이런 거에 훨씬 관심이 많고 거기에 대부분의 시간과 노력을 썼죠. 9번도 1번이나 8번처럼 본능 유형이잖아요. 비슷합니다. 근데 9번은 4번, 5번과 닮은 면도 있죠. 셋 다 위론입니다. 그래서 관심을 가질 수는 있어요. 하지만 4번이나 5번처럼 깊게 들어가는 경우는 드문 편입니다.

이미 아는 분도 있겠지만 제가 9번이에요. 정확하게는 9W8인데요. 가끔씩 내가 어쩌다가 이런 걸 이렇게까지 깊게 알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좀 의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근데 9번이기 때문에 더 좋은 것도 있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4번과 5번으로부터 애니어그램을 배웠다고 생각하는데요. 왜냐면 제가 스승이라고 생각하는 리즈 미리스와 허드슨이 4번 5번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가 하는 애니어그램 이야기는 거의 다 여기서 나온 거예요. 그저 이분들이 한 얘기를 제가 이해한 대로 다시 설명한 것일 뿐입니다. 근데 가끔씩 이런 얘기를 어떻게 그렇게 쉽게 설명하냐면서 신기하는 분들을 보는데 그건 아마도 제가 9번인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9번이 원래 어려운 얘기를 쉽게 하는 편이거든요. 반대로 5번은 쉬운 얘기도 어렵게 하는 편이죠. 물론 정확하고 엄밀하게 따지려다 보니까 그런 건데. 하지만 그만큼 5번의 이야기는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9번을 통해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한 후 4번이나 5번을 통해 좀 더 정확하고 분명하게 이해하려고 하면 접근하기가 더 수월하지 않을까 합니다. 제 이야기를 먼저 듣고 리즈 허드슨 책을 보면 더 쉬울 거란 얘기예요.

애니어그램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성격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것보다는 가치관, 세계관, 신념, 체계 이런 것과 관련이 있어요. 그것도 의식적인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걸 말하는 겁니다. 의식적으로 형성된, 나도 잘 모르게 만들어진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라는 거죠. 이 시각이 사람마다 다 다른데 크게 아홉 가지 종류가 있다는 거예요. 이게 애니어그램에서 말하는 유형의 개념입니다. 애니어그램에서는 이걸 고착이라고도 하죠. 좀 더 직관적으로 설명하자면 이 유형이니 고착이니 하는 건 바로 나를 말하는 거예요.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그것. 에고의 구조를 의미하는 겁니다. 그래서 내 유형을 알게 되면 나를 벗어나서 나를 보게 되는 그런 게 있어요. 이걸 어떤 연구가들은 감옥에서 탈출하는 걸로 비유하기도 합니다. 근데 더 그럴듯한 비유가 있습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가 빨간 약을 먹고 깨어나 그동안 자기가 살았던 세상이 가상 세계였다는 걸 알게 되잖아요. 이거랑 아주 비슷해요. 그래서 자기 유형을 제대로 알게 되는 게 그렇게까지 유쾌한 경험만은 아닌 겁니다. 감옥에서 탈출하니까 무조건 좋을 것 같잖아요. 근데 어떤 경우엔 차라리 파란 약 먹고 계속 꿈꾸는 상태로 사는 게 나을 뻔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그런 겁니다.

아까 애니어그램은 세계관을 의미한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또 나를 의미한다고도 했죠. 이게 무슨 얘기냐면요. 세계가 곧 나라는 걸 말한 거예요. 유대인 속담에 "한 사람이 죽으면 하나의 세계가 사라진다"는 말이 있죠. 어, 보통 우리는 나라는 게 따로 있고 세계라는 게 따로 있어서 내가 세계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사실은 나와 세계의 구분 자체가 없다는 거예요. 왜냐면 그 세계라는 게 내가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에요. 자, 이걸 제대로 설명하자면 칸트부터 시작해서 뇌과학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여기서 그런 얘기를 다 할 수는 없을 것 같고요. 관심 있다면 한번 찾아보세요. 이런 얘기 엄청 많습니다. 그냥 간략하게 핵심만 말하자면 이런 거예요. 보통 우리는 강아지와 함께 있을 때 강아지와 같은 세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에요. 개는 생명입니다. 우리가 보는 걸 못 보는 경우가 많고요. 그리고 개의 후각은 인간에 비해 엄청나게 발달했어요. 세계를 인지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는 거죠. 같이 있지만 다른 세계에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같은 인간이라면 그 정도로 커다란 차이는 없죠. 하지만 완전히 동일한 거냐면 그건 아니에요. 예. 근데 극단적으로 경험하는 세계와 극이 경험하는 세계는 상당히 다릅니다. 그래서 엄밀히 말해서 한 사람은 한 사람이 모두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겁니다. 애니어그램은 다만 그 세계가 그리고 그 세계를 만들어 내고 그 안에서 살고 있는 나, 에고가 몇 가지 큰 카테고리로 패턴화 될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이 패턴의 가지수가 크게 아홉 가지라는 겁니다.

근데 도대체 이런 걸 알아서 뭐 할까요?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이런 건 있죠. 세상이 전혀 다르게 보이는 게 있어요. 그리고 새롭게 보이는 세계가 훨씬 더 실제에 가깝다고 느끼게 됩니다. 사람도 그렇게 보여요. 자기 자신에 대한 착각 또는 타인에 대한 쓸데없는 오해가 확실히 줄어들고요. 실제보다 더 대단하게 보거나 더 형편없게 보거나 이런 일이 점점 없어져요.

근데 여기서 주의할 게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애니어그램을 반드시 어떤 다른 수행, 예. 근데 명상이나 아니면 그의 준하는 마음 공부와 병행해야 한다고 보는데요. 만약 이런 거 없이 애니어그램 지식 자체만 받아들이고 섣불리 사용하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봐요. 남을 실제보다 더 나쁘게 볼 수도 있고요. 자신을 실제보다 더 대단하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그 반대가 될 수도 있고요. 애니어그램이 오히려 에고의 감옥을 더 강화하는데 사용되는 것이죠. 이런 사람 꽤 많습니다.

사람이란 건 변할 수 있어요. 자기 정체성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애니어그램 유형이라는 게 그런 거예요. 유형이 어떨 땐 4번이었다. 어떨 땐 7번이었다. 이렇게 왔다 갔다 한다는 얘기가 아니고요. 그 반대예요. 유형은 바뀌지 않습니다. 다만 하나의 유형이 아주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낼 수는 있어요. 심지어 극과 극의 모습이 다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애니어그램 유형은 고정된 하나의 상태가 아니라 다양한 상태로 바뀌는 동적인 패턴이에요. 이 패턴을 구분할 수 있는 눈이 생기게 되면 모든 사람이 각자 자기가 만든 세계 안에서 각자의 꿈을 꾸고 있는 게 보이게 됩니다. 무엇보다 내가 그러고 있는 게 보이게 됩니다. 내가 나만의 꿈 속에서 살아왔고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세상을 바꾸는 가장 확실한 방법, 유일한 방법이 나를 바꾸는 게 되는 겁니다. 왜냐면 내가 사는 세상이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