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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는 모른다] 늙음을 받아들이는 품격ㅣ법정스님ㅣ교훈ㅣ조언ㅣ강연

무의지혜29:18

Transcription

안녕하십니까? 오늘 이렇게 여러분과 만나게 되어서 참 기쁩니다.

오늘은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바로 늙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 늙는다는 것이 말을 들으면은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아마도 대부분의 분들이 그리 유쾌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늙음은 대체로 부정적인 것으로 여겨지니까요. 쇠퇴, 약함, 끝들과 연결되어 생각되곤 하지요.

하지만 오늘 저는 여러분께 다른 관점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늙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받아들이는 법. 나아가 나이 드는 것 속에서 아름다움과 지혜를 발견하는 법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해요.

저 역시 이제 70을 넘긴 나이입니다. 젊었을 때와는 많은 것이 달라졌어요. 몸도 예정 같지 않고 기억력도 떨어지고 움직임도 느려졌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변화들이 서러웠어요. 왜 나만 이렇게 늙어가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늙음이 단순한 세태가 아니라 인생의 또 다른 단계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각각 다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듯이 인생의 각 단계도 고유한 가치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먼저 늙음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 보겠습니다. 늙음은 단순히 세월이 신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아요. 몸의 변화, 마음의 변화, 관계의 변화, 그리고 삶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인 과정입니다. 몸이 늙는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에요. 피부에 주름이 생기고 머리가 휘어지고 힘이 약해지는 것은 모든 생명체가 겪는 과정입니다. 나무도 늙고 도물도 늙고 심지어 산과 바다도 시간이 지나면 변해요.

하지만 우리는 이런 자연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합니다. 젊음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 죽음에 대한 불안, 사회에서 소외될 것에 대한 걱정 이런 것들이 늙음을 고통스럽게 만들어요. 제가 처음 머리에 흰머리가 나기 시작했을 때 일이 생각납니다. 거울을 보다가 흰머리 몇 개를 발견했는데 그것이 그렇게 충격적이더군요. 아, 나도 이제 늙어가는구나 하는 실감이 났거든요.

몸의 변화뿐만 아니라 마음의 변화도 중요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경험하게 돼요.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 만남과 이별 이런 다양한 경험들이 마음을 성숙하게 만들어 줍니다. 젊을 때는 모든 것이 흑백 논리로 보입니다. 좋고 나쁨이 명확하고 정답도 하나뿐인 것처럼 느껴져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회색 지대가 있고 상대적인 것들이 있고 때로는 정답이 없는 문제들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돼요. 이런 깨달음이 바로 지혜입니다. 지혜는 하루 아침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에요. 오랜 시간에 걸친 경험과 성찰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나이든 사람들이 가진 지혜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입니다.

저는 젊었을 때 성격이 급했습니다. 빨리빨리 결과를 보려고 했고 기다리는 것을 참지 못했어요.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은 금세 초조해하고 짜증을 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느긋해졌어요.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급하게 서두른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기다리는 것이 더 좋은 해답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습니다. 이런 변화를 나 이름의 손실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오히려 얻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젊을 때의 성급함보다는 지금의 여유로움이 훨씬 편안하거든요.

나이가 들면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 중 하나는 시간에 대한 감각입니다. 젊을 때는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언제든지 다시 할 수 있고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돼요. 처음에는 이것이 두려웠습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불안해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으니 오히려 더 의미 있게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불필요한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되었고 정말 중요한 것들에만 집중하게 되었어요. 젊을 때는 이것저것 욕심을 내며 살았는데 이제는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진짜 소중한 것들만을 선택해서 깊이 있게 누리려고 해요. 이것도 나이됨이 주는 지혜 중 하나입니다. 많은 것을 가지는 것보다 의미 있는 것을 가지는 것의 가치를 아는 것이죠.

늙음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는 사회적 인식입니다. 우리 사회는 젊음을 숭배하고 늙음을 깊이하는 경향이 강해요. 광고에서는 늘 젊고 아름다운 사람들만 나오고 나이든 사람들은 마치 사회의 짐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나이 드는 것을 감추려고 애를 쓰지요. 성형 수술을 받거나 염색을 하거나 젊은 사람들의 패션을 따라하려고 합니다. 물론 자신을 가꾸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나이를 부정하려고 하는 마음가짐에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른 모습이 되려고 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속이는 일이거든요.

저는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흰머리도 그대로 두고 주름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물론 청결하게 관리하고 품미 있게 입지만 젊은 사람처럼 보이려고 무리하진 않아요. 이렇게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살다 보니 마음이 훨씬 편해졌습니다. 가면을 쓰고 살 필요가 없으니까 피곤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그리 신경 쓰지 않아요.

나이 드는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단순히 외모의 변화만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닙니다. 역할의 변화, 관계의 변화, 그리고 자신의 위치의 변화까지 모두 포함하는 것이에요. 젊을 때는 대부분 사회의 중심에서 활동하게 됩니다. 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여러 책임을지면서 바쁘게 살지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런 역할들이 점점 줄어들어요. 은퇴를 하게 되고 자녀들이 독립하고 사회적 책임도 줄어듭니다. 처음에는 이런 변화가 허탄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마치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가 된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하지만 이것도 관점의 문제입니다. 역할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자유로워진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이제는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살 수 있게 된 것이거든요. 젊을 때는 부모로서, 직장인으로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어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뒤로 미루고 의무와 책임을 먼저 다해야 했지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 이런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정말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것이에요.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여행을 하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젊을 때 밀어뒀던 꿈들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저 역시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취미를 갖게 되었어요. 서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손이 떨려져서 글씨가 제대로 써지지 않았거든요. 젊을 때라면 금세 포기했을 것 같은데 이제는 그런 불편함도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천천히 꾸준히 연습하다 보니 점점 나아지더군요. 완전하지는 않지만 나름에 멋이 있는 글씨를 쓸 수 있게 되었어요. 이런 작은 성취도 큰 기쁨을 주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발견하는 또 다른 아름다움은 슬로라이프의 즐거움입니다. 젊을 때는 모든 것을 빠르게 하려고 했어요. 빨리 먹고 빨리 걷고 빨리 결정하고 속도가 곧 경쟁력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속도보다는 깊이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천천히 해도 제대로 하면 되고 빨리 한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제는 밥을 먹을 때도 천천히 은미하며 먹습니다. 걸을 때도 서두르지 않고 주변 풍경을 감상하면서 걸어요. 사람과 이야기할 때도 결론을 서둘러 내리지 않고 충분히 들어 줍니다. 이렇게 느린 삶을 살다 보니 예전에는 놓쳤던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작은 꽃들, 새소리, 바람의 냄새 이런 것들을 느낄 여유가 생긴 것이지요. 젊을 때는 이런 것들을 한가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이런 것들이야말로 진짜 삶의 기쁨이라는 것을 알겠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관계에 대한 관점도 바뀝니다. 젊을 때는 많은 사람들과 넓은 인맥을 유지하려고 했어요. 여기저기 얼굴을 비추고 모임에 참석하고 인사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관계의 질이 양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피상적인 많은 관계보다는 깊이 있는 몇 개의 관계가 더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제는 정말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만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억지로 만나는 모임보다는 진심어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더 소중하게 여겨요. 이런 변화를 통해 인간관계가 훨씬 편안해졌습니다. 가식적인 대화를 할 필요도 없고 체면을 위해 억지로 참석해야 하는 자리도 줄었어요. 진정한 친구들과 깊이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배우게 되는 중요한 지혜 중 하나는 놓아주는 것의 가치입니다. 젊을 때는 무엇이든 붙잡으려고 했어요. 사랑하는 사람, 성공, 건강, 젊음 모든 것을 영원히 가지고 있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합니다. 아무리 붙잡으려고 해도 결국은 변하거나 떠나가게 돼 있어요. 이것을 받아들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처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냈을 때, 처음 꿈이 좌절됐을 때, 처음 건강을 잃었을 때, 그때마다 세상이 끝난 것처럼 느껴졌어요.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나 하고 원망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어요.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는 것을요. 만남이 있으면은 이별도 있고 어둠이 있으면은 이름도 있고 기쁨이 있으면은 슬픔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이런 깨달음이 오히려 마음을 자유롭게 해 주었어요. 모든 것을 붙잡고 있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었거든요.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대 언젠가는 놓아 주어야 한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늙음을 품격 있게 받아들이는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젊을 때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체력도 무한정 있는 거 같았고 시간도 무한정 있는 거 같았고 가능성도 무한정 있는 거 같았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한계를 발견하게 돼요. 몸이 예전 같지 않고 기억력도 떨어지고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도 줄어들지요. 처음에는 이런 한계가 괴로웠어요. 예전에는 쉽게 했던 일들이 어려워지니까 자존심도 상하고 우울하기도 했습니다. 근데 한계를 인정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어요. 무리하지 않아도 되고 모든 것을 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없어졌거든요. 한계가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모든 인간에게는 한계가 있어요. 젊을 때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을 뿐이지요. 한계를 인정하면 그 한계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의미 있는 일을 하는 방법을 찾게 돼요.

저는 이제 예전처럼 많은 일을 하지는 못합니다. 체력도 딸리고 집중력도 오래 지속되지 않아요. 하지만 그 대신 하나하나를 더 정성껏 하려고 노력합니다. 글을 쓸 때도 예전처럼 빨리 쓰진 못해요. 하지만 천천히 신중하게 써서 더 깊이 있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양은 줄었지만 질은 더 좋아진 거 같아요.

나이듬의 또 다른 아름다움은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젊을 때는 완벽주의 성향이 강했어요. 나 자신에게도 엄격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높은 기준을 요구했습니다. 누군가 실수를 하면은 쉽게 용서하지 못했고 나 자신의 실수에도 오래 자책했어요. 모든 것이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인간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부족한 면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나 자신도 완벽하지 않으니 다른 사람들의 불완전함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깨달음이 많은 관계를 치유해 주었어요. 예전에 서운했던 사람들에게도 연락을 취하게 되었고 마음속에 담아뒀던 원망들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용서는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원망과 미움을 마음에 담고 있으면은 결국 나 자신만 괴롭거든요.

나이가 들면서 학습에 대한 태도도 달라집니다. 젊을 때는 무엇을 배우든 실용적인 목적이 있었어요. 시직을 위해, 승진을 위해, 성공을 위해 배웠지요. 하지만 이제는 순수한 호기심이나 즐거움을 위해 배웁니다. 당장 써 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냥 알고 싶어서 재밌어서 배우는 것이지요. 이런 학습이 훨씬 즐겁습니다. 부담없이 천천히 배울 수 있고 실수를 해도 창피하지 않아요. 오히려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발견하는 또 다른 지혜는 지금이 순간에 소중함입니다. 젊을 때는 늘 미래를 위해 살았어요. 더 좋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으니 오히려 현재가 더 소중해졌습니다. 오늘이라는 하루가 얼마나 귀중한지 알게 되었어요. 이제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오늘 하고 싶은 일은 오늘 하고 오늘 만나고 싶은 사람은 오늘 만나려고 해요. 내일로 미루다가 길을 놓칠 수도 있거든요.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다 보니 하루하루가 더 충실해졌습니다. 같은 시간을 보내도 더 깊이 있게 살 수 있게 되었어요.

늙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는 의존성의 증가입니다. 젊을 때는 무엇이든 혼자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살 수 있다고 믿었거든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일들이 늘어나요. 몸이 불편해지면은 일상 생활에서도 도움이 필요하고 복잡한 일들은 처리하기 어려워집니다. 처음에는 이런 의존성이 구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고 짐이 되는 거 같아서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의존하는 것도 인간의 자연스러운 모습 중 하나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거든요. 사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서 살았어요. 부모의 돌봄 없이는 살아갈 수 없었지요. 젊어서도 완전히 독립적이었던 것은 아니에요. 사회의 도움, 타인의 협력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거든요. 나이가 들어서 다시 의존적이 되는 것은 인생의 자연스러운 순환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젊을 때 받았던 도움을 이제는 받는 입장이 된 것이지요. 이것을 받아들이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도움을 받는 것에 대해 감사할 수 있게 되었고 작은 친절에도 큰 기쁨을 느낄 수 있게 되었어요. 또한 내가 도움을 받는만큼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형태에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몸으로 하는 일은 어려워졌지만 지혜나 경험을 나누는 일을 할 수 있거든요.

나이의 아름다움 중 하나는 감사하는 마음이 깊어진다는 것입니다. 젊을 때는 모든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어요. 건강한 것도 가족이 있는 것도 집이 있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런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됩니다. 건강을 잃어봐야 건강의 소중함을 알고 살아가는 사람을 잃어봐야 그 사람의 소중함을 안다고 하지요. 이제는 작은 것에도 감사할 수 있게 되었어요. 아침에 눈을 뜰 수 있다는 것, 맛있게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 편안히 잠들 수 있다는 것, 이런 기본적인 것들조차 감사한 일이라는 거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감사하는 마음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줍니다. 같은 상황이라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면 더 아름답게 보이거든요.

나이가 들면서 배우는 또 다른 지혜는 비교하지 않힙니다. 젊을 때는 늘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살았어요. 누구보다 잘해야 하고 누구보다 많이 가져야 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제는 그런 비교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각자의 인생은 다르고 각자의 상황도 다르고 각자의 가치도 다르거든요.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뭘 하든 얼마나 가졌든 상관없어요. 내가 만족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해요. 이런 마음가짐이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없애 주었습니다. 이젠 내 속도대로, 내 방식대로 살 수 있어요.

늙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새로운 정체성을 찾는 것입니다. 젊을 때의 정체성은 주로 사회적 역할에서 나왔어요. 누구의 부모, 어떤 직업, 무슨 지위 이런 것들이 자신을 정의하는 기준이었지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런 역할들이 하나 둘 사라져요. 은퇴하고 자녀들이 독립하고 사회적 책임도 줄어들지요. 그러면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이런 정체성의 혼란이 괴로웠어요. 마치 자신을 잃은 거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이 오히려 기회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사회가 부여한 역할이 아니라 진짜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 수 있게 된 것이거든요. 다른 사람의 기대에 맞춰 살 필요가 없어졌어요. 새로운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 과거에 묻혀 있던 꿈들을 다시 꺼내 보게 되었습니다. 젊을 때 포기했던 것들, 밀어두었던 것들을 다시 시도해 볼 수 있게 되었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더 진정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남들이 보는 나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나로 살 수 있게 된 것이지요.

늙음과 관련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죽음에 대한 생각입니다. 젊을 때는 죽음이 먼 얘기 같이 느껴졌어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죽음이 현실적인 문제가 돼요. 처음에는 이것이 두려웠습니다. 언젠가는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불안하게 만들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죽음도 삶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모든 생명은 태어나고 자라고 늙고 죽습니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에요. 나만 예외일 수 없죠. 죽음을 받아들이고 나니 오히려 삶이 더 소중해졌습니다. 유한하기 때문에 더 의미 있게 살려고 노력하게 되었어요. 시간을 헛대히 보내지 않으려고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 두려움에 사로잡혀 살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대신 남은 시간을 더 의미 있게 보내는데 집중해요.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또 다른 변화는 자연에 대한 친밀감입니다. 젊을 때는 자연을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이겼어요. 빠르고 편리한 것을 추구하며 자연의 리듬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했지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자연의 리듬에 맞춰 살고 싶어졌어요.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살고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지면 쉬는 자연스러운 삶을 원하게 되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늘어났어요. 산책을 하거나 정원을 가꾸거나 단순히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소중해졌습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이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줍니다. 복잡한 생각들이 정리되고 마음이 차분해져요. 자연 앞에서는 인간의 작은 고민들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늙음을 품격 있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과거와의 화해도 필요합니다. 살다 보면은 후회되는 일들이 많이 생기지요. 잘못된 선택, 놓친, 상처 준 사람들 이런 것들이 마음에 무거운 짐처럼 남아 있을 수 있어요. 젊을 때는 이런 과거를 부정하거나 억지로 잊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과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습니다. 과거의 실수들도 나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어요. 그런 실수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였습니다. 물론 후회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 후회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으려고 해요.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그 경험을 통해 배운 것들은 앞으로의 삶에 도움이 되니까요. 과거와 화해하고 나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습니다. 자책과 후회의 무게에서 벗어나니 현재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어요.

나의 지혜 중 하나는 단순함의 가치를 아는 것입니다. 젊을 때는 복잡하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였어요. 많은 것을 가지고 많은 일을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단순한 것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복잡한 것보다는 간단한 것이, 화려한 것보다는 소박한 것이 더 마음에 와닿더라고요. 이제는 소유물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꼭 필요한 것들만 남기고 나머지는 정리하고 있습니다. 물건이 줄어들수록 마음도 가벼워지는 것을 느껴요. 인간 관계도 단순해졌어요. 형식적인 만남보다는 진심어린 교감을 할 수 있는 관계를 더 소중하게 여깁니다. 일상도 단순해졌어요. 복잡한 계획보다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르려고 해요. 억지로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않고 마음이 원하는 대로 하려고 합니다. 이런 단순함이 삶의 여유를 가져다 주었어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으니 스트레스도 줄어들고 결정도 빨라졌습니다.

늙음을 받아들이는 것에는 또한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젊을 때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려고 했어요. 시술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인간의 불완전함이 오히려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완벽한 것보다는 약간의 흠이 있는 것이 더 인간적이고 따뜻하게 느껴져요. 죄도 이제는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아요. 문법이 틀리거나 표현이 어색해도 제 마음이 담겨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완벽함을 요구하지 않게 되었어요. 누구나 부족한 면이 있고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입니다. 이런 태도가 많은 것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어요.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니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늙음을 풍격 있게 받아들이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용의 마음입니다. 변화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 새로운 단계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죠. 나이가 든다는 것은 최태가 아니라 변화입니다.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변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변화인 것이에요. 각 계절마다 고유한 아름다움이 있듯이 인생의 각 단계도 고유한 가치가 있습니다. 젊음의 아름다움이 있다면 노년의 아름다움도 있어요. 젊음이 꽃의 아름다움이라면 노년은 열매의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지요. 화려해하지는 않지만 깊이와 의미가 있는 아름다움입니다. 이런 관점으로 바라보면 늙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기대되는 것이 될 수 있어요. 어떤 지혜를 얻을 수 있을지, 어떤 평화를 느낄 수 있을지 기대하면서 나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오늘 제가 여러분께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시라는 것입니다. 늙음에는 상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어둠도 있어요. 젊은과는 다른 종류의 아름다움과 지혜가 있습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저 역시 때로는 젊었던 시절이 그리워지곤 해요. 하지만 과거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잖아요. 앞으로 나아가면서 새로운 단계의 삶을 만들어 가요. 여러분도 나이 드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시기를 바라요. 늙음도 하나의 예술이 될 수 있거든요. 품격 있게 지혜롭게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는 예술 말입니다.

저는 여러분께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부터 거울을 볼 때마다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 보세요. 오늘도 하루도 지혜로워졌구나. 주름 하나하나가 인생의 경험이고 신머리 하나하나가 시간의 선물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또한 나이든 자신을 위한 새로운 꿈을 꾸워 보세요. 젊을 때 이루지 못했던 꿈들을 다시 꺼내어 보고 지금이라도 시작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세요. 나이는 한계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젊은 세대와의 소통도 중요합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세상에서 격리되어 살 필요는 없어요. 젊은 이들에게서 배울 것도 있고 우리가 전해 줄 것도 있습니다. 서로 다른 세대가 만나 지혜를 나눌 때 더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집니다.

늙음을 풍격 있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결국 삶 전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지나온 시간에 감사하고 현재를 충실히 살고 미래를 희망하는 것이죠. 여러분의 남은 시간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나이 덤이 축복이 되고 늙음이 완성이 되는 그런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모두 나이듬의 여정에서 많은 지혜와 평화를 얻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