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ription
네. 최윤소맨 레제편이 드디어 300만 관객을 넘겼습니다.
어, 사실 체인소맨이 국내에서는 지금처럼 막 300만을 넘길 정도로 그렇게까지 대중적인 작품이란 이미지는 사실 아니었거든요. 뭐 물론 귀주 라인 안에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 그 라인 안에서는 가장 마이너하다는 이미지가 아무래도 좀 있었던 게 사실이기 때문에 이번 300만 기록은 정말 순수하게 체급을 빼고 작품성 하나로 입소문을 타면서 여기까지 장기 흥행을 했다는 점에서 정말로 대단한 기록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거기다가 최근에는 북미 시장에서도 엄청난 기록을 내고 있습니다. 지금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 역대 5위를 찍고 있을 만큼 엄청나게 흥행을 하고 있거든요. 자, 그러니까 이게 결국에는 사람 보는 눈이 다 똑같은 겁니다. 뭐 우리들 눈에 재미 있으면은 북미 형님들 눈에도 재미있는 거고 뭐 세상 일이 다 그런 거 아니겠어요?
뭐 물론 어떤 분들은 이러는 와중에도 극장 생태계를 다 망치는 돌연변이다. 뭐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이 작품을 약간 평가를 하시겠지만 사실 이미 보신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요즘 나오는 웬만한 영화들보다도 훨씬 더 영화 같았다라는 느낌을 줬던 게 바로 이번 레제편이었죠.
자, 그래서 이번 영상은요. 도대체 우리가 왜 이 레제 편을 보면서 영화 같다고 느꼈었는가에 대해서 제 나름대로 정리한 이야기들을 좀 말씀을 드려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거를 설명을 드리려면은 일단은 원작 작가인 후지모토 타츠키 이분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자, 일단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레제편을 처음으로 봤을 때 정말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특히 비밀이랑 합쳐 가지고 막 태풍이랑 싸우는 장면에서는 아니 대체 어디서 이런 발상이 튀어나왔는지 좀 종잡을 수가 없어 가지고 약간 놀라운 거를 넘어서 경악스럽기까지 했거든요. 대체 어떤 과정을 거치셨길래 이런 발상을 하고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는가? 좀 어떤 평론가분께서는 안 좋은 의미로 돌연변이라고 표현을 하셨지만 저는 파지티브한 의미로 좀 긍정적인 의미로 돌연변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작가의 전작에도 좀 관심이 생겨 가지고 이번 기회에 좀 찾아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아직 단편집까지 다 찾아본 건 아니지만은 어느 정도 좀 찾아보다 보니까 확실히 좀 흐름을 조금은 더 알겠더라고요.
자, 그래서 이 작가에 대해서 좀 말씀을 드리자면은 뭐 창작자로서는 당연한 일이기도 할 텐데요. 이분도 자기가 만들어 놨었던 그 예전의 단편들을 좀 참고에 쟁여 놨다가 그 단편에서 썼었던 설정들을 하나하나 장편으로 가져오면서 변형하고 재활용하는 방식을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창작 방식을 보여주고 있어요. 뭐 단순하게 예를 들자면 저도 정말 재밌게 봤었고 많은 분들이 명작으로 극찬을 아끼시는 룩백의 경우도요. 이분이 예전에 그렸었던 단편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그 여동생의 언니라는 작품이 있거든요. 이 작품은 그림을 통해서 경쟁과 애착 관계를 그 자매가 형성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요. 그 잠이라는 설정만 빼면은 확실히 룩과 거의 흡사하죠. 또 예언의 나유타라는 단편이 있는데요. 이거는 굳이 뭐 설명을 하지 않아도 딱 보자마자 아 체인소맨의 파워로 연결이 되고 있구나라는 걸 보자마자 아실 수가 있을 겁니다.
자, 그러니까 이런 것처럼요. 단편에서 실험해 봤던 아이디어들을 장편에서 조금 더 구체화를 시키고 또 변형하면서 발전시키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는 건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레제편의 경우에는 그 안녕 엘리라는 작품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 착상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아, 물론 안녕 엘리는 2022년도에 출판이 됐고요. 레제편의 연제는 2019년도 말쯤에 이미 시작이 되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이번 케이스에서는 거꾸로 레제편에서 실험해 봤었던 아이디어를 안녕 엘리에서 조금 더 구체화시키고 발전시켰다고 말씀드리는 게 훨씬 더 정확하긴 할 겁니다.
자, 그러면 두 작품 사이는 대체 어떤 공통 지점이 있었느냐를 말씀드릴 텐데요. 당연히 안녕 엘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만 최소한으로 말씀드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자, 일단 안녕 엘리가 어떤 작품이냐? 이 작품의 주요 테마는요. 영화 만들기입니다. 말 그대로 만화 안에서 영화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이 만화의 이야기예요. 주인공은 유타라는 중학생입니다. 그리고 생일 선물로 휴대폰을 선물을 받게 돼요. 그런데 유타의 엄마는 좀 큰 병에 걸려 가지고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거든요. 그래서 자기한테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 거 같으니까 유타한테 핸드폰을 선물로 주면서 자기를 촬영을 해 가지고 영화로 만들어 달라고 합니다. 왜냐면 영화로 만들어 두면 네가 두고두고 볼 수 있으니까 겉으로는 그렇게 얘기를 해요.
자, 그래서 유타는 엄마의 부탁대로요. 엄마의 모든 일상을 촬영을 한 다음에 그걸 영화로 편집을 하게 됩니다. 자, 그런데 영화를 완성한 다음에 학교 축제 상영에서 이 완성본을 공개를 하는데 안타깝게도 전교생과 선생님들한테까지 거의 저주에 가까운 악평을 듣게 돼요. 왜냐면 좀 그럴 만하기도 했던 게 뭐냐면은 그 유타가 만들었던 작품의 제목이 데드 익스플로전 마더였습니다. 그러니까 직역을 하자면은 뭐 죽음의 폭발 엄마, 뭐 폭발하는 엄마의 죽음 뭐 이런 제목인 거겠죠. 그러니까 엄마를 소재로 이런 제목을 지었다는 거 자체도 너무나 좀 경악스러운데 이런 파격적인 제목에 걸맞게 작품의 내용도 정말로 기괴했었거든요. 그래서 선생님의 말대로 이거는 도덕을 가진 사람이라면 절대로 용납을 할 수가 없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전교생들한테 유타는 약간 괴물 취급을 받게 돼요. 어떻게 저런 사고를 할 수가 있냐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래서 엄마의 죽음으로도 모자라서 영화에 대한 혹평을 듣게 되니까 유타는 그때부터 학교에도 나가지 않고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게 됩니다. 자, 그러다가 유타는 우연하게 자신의 영화를 재밌었다고 말해 주는 유일한 사람을 만나게 돼요. 그게 바로 제목에도 등장하는 안녕 엘리의 바로 그 에리인 거죠.
자, 알고 보니까 에리는 엄청난 영화 광이었습니다. 그래서 유타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그 도발성을 좀 알아보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좀 발전시켜야 할 구석이 좀 많다. 너는 좀 영화적인 훈련을 해야 한다라고 하면서 같이 영화를 함께 하자는 제안을 하게 돼요. 그리고 유타는 이 에리가 너무 매력적이었고 또 영화 감독으로서의 자신의 야심을 자극하니까 이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죠. 그래서 에리의 제안대로 1년 동안 훈련을 해 가지고 신작을 만들어서 그다음에 학교 축제에서는 모두를 울릴 만한 그런 영화를 만들어서 통쾌하게 복수를 해 주자. 그런 약속을 하게 됩니다.
자, 그러면서 시작하게 된 엘리와의 영화 연구라는 게 어떤 거였냐면 말이죠. 엘리가 만들어 놓은 되게 허름한 아지트에서 하루 종일 영화를 다섯 편씩 보는 거였습니다. 왜냐면 영화를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존에 존재했었던 작품을 최대한 많이 본 다음에 그걸 흡수해서 자신의 방식대로 변형시키는 것이라는 게 에리의 주장이었기 때문이죠. 뭐 물론 이거는 영화 작법의 정설이기도 하죠.
자, 어쨌든 유타는 그때부터 에리와 함께 영화 다섯 편씩 매일매일 보면서 자신의 영화를 만들기 위한 지옥 훈련을 그때부터 1년 동안 하게 됩니다.
자, 그리고 이쯤에서 체인소맨으로 다시 넘어가 보자면 말이죠. 안녕 엘리가 보여주고 있는 이런 플롯을 이번 레제편에 대입을 해서 보면 떠오르시는 장면이 있을 겁니다. 당연히 마키마가 덴지에게 갑자기 데이트를 신청하면서 하루 종일 영화만 봤었던 그 기묘한 하루와 똑같은 플롯을 가지고 있죠.
자, 그리고 공교롭게도 마키마와 덴지도 정확히 다섯 편의 영화를 봤다가 아, 오늘 다섯 편 영화 전부 다 별로였어. 막 이렇게 불평불만을 하죠. 자,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속눈셈 봤었던게 두 사람을 모두 눈물짓게 만들었었던 그 어딘가 슬퍼 보이는 소련 영화였었죠.
자, 그러니까 이런 지점에서 두 작품이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자, 그렇다면 여기에서 따져 봐야 합니다. 자, 마키마는 왜 갑자기 덴지에게 다른 일도 아니고 하필이면 영화를 보자는 제안을 했었던 걸까요? 이게 조금만 생각해 보면 되게 뜬금없는 장면이거든요. 뭐 물론 마키마에게도 나름의 목적이 있긴 했었죠. 첫 번째로는 이성적인 매력으로 덴지를 향한 지배력을 계속 유지를 시킨다. 그리고 두 번째 마침 나에게는 인간의 마음이 없는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있던 덴지로 하여금 아 나에게도 인간의 마음이 있구나라는 믿음을 갖게 만든다. 뭐 그런 두 가지 목적이 있는 데이트였긴 했었죠. 하지만 그런 이유들은 굳이 영화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다른 데이트로도 충분히 연출을 해낼 수도 있었을 거란 말이죠. 그런데도 하필히면 굳이 영화라는 소재를 가져온 이유는요. 저는 개인적으로 말씀드렸던 것처럼 안녕 엘리에서 활용했었던 영화 만들기라는 테마를 여기에서도 동일하게 적용을 하기 위해서였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영화를 만들려면 일단 영화를 많이 봐야 한다고 에리가 말을 했었던 것처럼 마키마도 덴지에게 영화를 많이 보여준 다음에 덴지로 하여금 영화를 만드는 것과 유사한 상황을 거쳐가도록 유도를 했었던 거죠. 뭐 이거는 단순히 좀 비유적으로 좀 평론적으로 하는 얘기가 아니라요. 그냥 대놓고 이런 구도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자, 마키마의 행적을 잘 살펴보면요. 정말로 감독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게 너무나도 직접적으로 묘사가 되거든요. 다들 기억을 하실 겁니다. 이번 레제편의 사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요. 마키마가 갑자기 팀원 구성을 바꾸는 행동을 보여주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일종에 배우 캐스팅을 새롭게 하면서 자신이 만들고 싶은 장르에 어울리는 배역들로 현장을 새롭게 채운 겁니다. 뭐 물론 표면적으로는 지금 파워가 뿔이 너무 많이 자랐으니까 이참에 피를 좀 빼둬야 한다. 뭐 그런 이유를 대긴 했었죠. 그러면서 덴지에게 빔이라는 마인을 새로운 파트너로 붙여 주죠.
그런데 빔이라는 캐릭터도 되게 의미심장한 행동을 하나 하는 국면이 있습니다. 그게 뭐냐면은 자 빔이 레제가 테러 대책 본부를 습격하는 장면에서 되게 의미심장한 말을 하거든요. 얘가 사실은 레제의 정체를 미리 알고 있었던 거 같은 그런 뉘앙스의 발언을 지나가듯이 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러니까 아키가 그 말을 듣자마자 아니 네가 어떻게 그런 정보를 알고 있냐 하면서 나에게 추궁을 하고 위협을 하죠. 하지만 빔은 마키마 씨와의 약속이기 때문에 절대로 말해 줄 수 없다고. 그렇게만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아키도 그 말을 듣자마자 약간 수긍을 하죠.
자, 그러니까 여기에서 유추를 할 수가 있는 겁니다. 마키마는 레제가 덴지에게 접근을 할 것이라는 사실과 레제와 덴지의 관계가 진전돼서 덴지에게 특정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까지 모두 알고 파악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 상황을 유도한 것이라고 볼 수가 있는 거죠. 그러니까 마치 현장의 요소를 모두 지배하고 일정한 방향으로 통제하고 있는 그런 감독으로서 행동을 하고 있는 겁니다.
자, 거기다가 마키마는 마지막에 레제를 죽이면서 자기가 시골쥐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 줍니다. 나는 눈이 내리기 전에 시골밭에 흙을 파헤쳐서 걔가 쥐를 물어죽이게 하면 무척 안심이 된다라고 말을 하죠. 자, 그러니까 나중에 농사를 망칠 수도 있는 쥐를 미리 잡아 놓으면 월동 준비를 든든하게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편해진다. 시골쥐는 나에게 그런 기분이 들게 만들어 주는 재료이기 때문에 좋아한다. 뭐 그런 얘기인 거죠. 그리고 당연히 여기서 시골쥐는 레제고 시골쥐를 물어죽이는 걔는 천사의 악마인 건데요. 레제라는 시골쥐가 죽어서 마키마가 무척 안심을 하게 되는 이 엔딩 또한 결국에는 마키마가 전부 다 연출을 했다는 점에서 이번 영화는 마키마가 연출을 하고 있는 작품인 셈인 겁니다.
그리고 이런 엔딩은요. 마키마가 덴지와 함께 봤었던 그 소련 영화 병사의 발라드와 아주 흡사한 방식이기도 한데요. 자, 병사의 발라드는 어떤 영화냐면 말이죠. 그 병사가 일주일에 짧은 포상 휴가를 받아서 어렵게 어머니가 있는 고향으로 휴가를 오게 됩니다. 하지만 고향으로 오는 여정이 너무 길었기 때문에 어머니와의 짧은 포옹을 하자마자 바로 돌아와야 휴가 시간에 맞춰서 부대로 복귀를 할 수 있는 그런 상황에 처한 병사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어머니를 남기고 돌아간 병사는 결국 전장에서 사망을 한 것으로 유추를 할 수 있게끔 영화가 막을 내리고 있죠. 그러니까 레제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도시로 돌아가자마자 죽음을 맞이한 것과 비슷한 그런 구조인 겁니다.
자, 그러니까 마키마가 병사의 발라드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었던 건 말이죠. 일반적인 인간처럼 그 짧은 포옹에 담겨 있는 인간적인 감정에 감명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시골쥐가 주는 안심감을 보면서 안심을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감명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자신이 원하는 목표에 맞춰서 이 세상을 바꾸겠다는 결심을 새롭게 다지면서 스스로 감동을 한 것처럼 보이는 거죠.
자, 그렇기 때문에 말씀드린 것처럼 레제편의 구조는요. 안녕 엘리와 비슷하게 작품 속에서 작품을 만드는 메타픽션의 구조를 갖고 있다고 말씀을 드릴 수가 있는 겁니다. 덴지와 함께 봤었던 그 옛날 영화를 자신의 스타일에 맞춰서 재창조하는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거죠.
자, 그렇기 때문에 하필이면 레제의 국적도 말이죠. 다름 아닌 러시아라는 설정이 자연스럽게 나왔을 겁니다. 그러니까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면은 영화가 또 다른 방식으로 보이는 거죠.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를 구조를 짜는 것까지는 좋은데 말이죠. 지금 대다수의 관객들이 레제 편에 감명을 받고 있는 거는 뭐 이런 형식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잖아요. 결국에는 레제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그 서사 자체에 감명을 받고 있는 거니까 또 거기에 맞춰서 설명을 드릴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린 것처럼 작가는 마키마가 짜 놓은 이런 형식적인 미끼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결국에는 독자들한테 전달할 수 있는 흥미로운 내용을 이런 형식적인 틀 안에 채워 놓을 필요가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제가 봤을 때 그 내용이라는 건요. 결국 첩보 영화 장르에서 빌려온 것처럼 보이고 있습니다.
자, 대표적으로 예를 들자면 007 시리즈가 그렇습니다. 그중에서도 나를 사랑한 스파이라는 작품이 바로 여기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여요. 자, 이 영화에서는 제임스 본드의 적대 진영에 해당하는 KGB의 요원이 히로인으로 등장을 합니다. 이 아냐라는 KGB 요원에게는 죽은 애인이 있었는데요. 사실은 예전에 제임스 본드가 그 애인을 죽였었기 때문에 아냐는 제임스 본드에게 개인적으로 복수심을 가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아냐는 본부의 명령을 받으면서요. 일시적으로 제임스 본드와 협력을 해야만 하는 그런 상황에 처하게 돼요. 그러니까 자신의 복수심과 임무 사이에서 고뇌를 하는 그런 상황에 빠지게 되는 거죠.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제임스 본드와 긴 시간 동안 협력을 하다 보니까 원래는 적대시를 해야 하는 상대방인데 어느 순간에는 자기도 모르게 제임스 본드를 진심으로 사랑을 하게 된다는 그런 전형적인 이야기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기준에서 봤을 때는 이런 이야기들이 너무 뻔한 클리셰 같은 이야기로 좀 느껴질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이걸 가장 대중적으로 구축을 했었던 계보를 타고 타고 올라가다 보면은 결국에는 나를 사랑한 스파이가 약간 원조집처럼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제가 예시로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자, 그래서 사실은 후지모토 타츠키 작가가 레제편의 직접적인 레퍼런스를 언급한 작품은 따로 있긴 합니다. 바로 일랑이라는 작품을 자기가 참고를 많이 했었다고 그 나무위키 피셜로 나오고 있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일랑이라는 작품도 말이죠. 결국에는 복수심을 가지고 접근한 스파이가 결국 주인공과 사랑에 빠진다는 그 구조를 동일하게 반복을 하고 있기 때문에 레제편은 일랑을 오마주로 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일랑이 오마주를 하고 있는 작품을 따져 보면은 결국에는 나를 사랑한 스파이로 올라가게 되기 때문에 결국 레제편은 정통적인 첩보물의 장르를 차용하고 있는 셈이다. 뭐 그렇게 말씀을 드릴 수가 있는 겁니다.
자, 그리고 실제로 레제편의 이야기를 돌아보면은 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잖아요. [음악] 처음에는 임무를 위해서 가짜로 상대방을 좋아하는 척하면서 접근을 하지만 나도 모르게 상대방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어 버리는 그런 상황. 하지만 나의 신분 때문에 그 진심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는 끝까지 자기의 마음을 숨겨야 하는 그런 상황이 레제편에서도 반복이 되고 있죠.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레제편이 지금처럼 관객들의 심금을 이렇게까지 울리고 있는 그 핵심에는 말이죠. 예전에 첩보물이 보여줬었던 그 마음의 모호함, 상황의 모호함, 그리고 그걸 끝까지 밝힐 수 없는 잔인한 각자의 입장 뭐 그런 것들에서 애달픈 감정이 자극이 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관객들도 레제의 진심이 무엇인지 확신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정말로 잔인한 상황에 놓인 정보 요원처럼 그리고 마치 덴지가 된 것처럼 애달픈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 이번 작품의 핵심적인 동력이었죠.
자, 그러니까 레제편은 형식적으로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그리고 내용적으로는 첩보물에서 빌려온 감정과 상황의 모호함을 담아내고 있는 겁니다. 자, 그러다 보니까 우리들이 레제편을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단독 영화처럼 느꼈던 거고 최근에 그 어떤 영화들보다도 더 영화 같다는 느낌을 우리가 가지게 됐었던 거죠. 이 작품은 형식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영화에 대한 애정과 헌정을 아주 가득 채우고 있는 그런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자, 그래서 저는 이 작품이 영화라고 생각을 합니다. 요즘 나오는 웬만한 영화들보다도 훨씬 더 영화적인 문법을 담아내고 있어요. 그래서 이 작품을 보고 좋아해 주셨던 분들께서도 이 작품이 어떤 지점에서 영화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알아 주시고 혹시나 이 작품에 대해서 비판하는 그런 분들을 보시게 된다면 이러한 점들 때문에 이 작품은 영화가 맞다라고 잘 설명을 해 주실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그런 분들한테 지금 극장은 돌연변이가 채우고 있는 게 아니라 영화가 채워주고 있는 게 맞다라고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