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ription
저의 첫 커리어는 예일대에서 인류학 박사 과정을 밟고 교수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졸업 후 20군데가 넘는 미국 학교에 지원했지만 한 군데도 되지 않았습니다. 25년 전에도 교수직을 얻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민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인류학을 좀 더 실질적인 분야에서 적용할 순 없을까? 그때 제 눈에 들어온 것이 경영 컨설팅이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인류학과 컨설팅을 전혀 연결시키지 못했지만, 저는 이 연결고리를 찾아내야만 했습니다. 왜냐하면 면접에서 나올 질문은 아주 뻔했기 때문입니다. "인류학을 하던 사람이 왜 갑자기 컨설팅을 하려고 합니까?"
저는 3개월 동안 매달려서 이 두 분야의 세 가지 논리적인 공통점을 정리했습니다. 첫째, 문화 상대주의. 타문화를 연구할 때 상대 문화의 맥락 안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지, 내 문화의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인류학의 아주 근본적인 철학처럼, 경영 컨설팅도 그 회사가 처한 상황과 맥락 안에서 경영 문제를 파악하려는 상대주의적인 접근이 문제 해결에 매우 중요합니다.
둘째, 총체론적 접근법. 인류학에서 한 문화의 관습을 사회의 전반적인 시스템 속에서 총체적으로 파악을 해야지, 한 부분만 떼어내서 보려고 하면 온전한 의미를 알 수 없듯이, 컨설팅도 재무, 조직, 리더십, 시장 등 다양한 관점의 전체 시스템 안에서 문제를 봐야 문제 해결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지 조사 방법론. 인류학자가 직접 타문화에 참여해서 경험하고 관찰하며 기록하는 현지 조사 방법을 주요 방법론으로 활용하듯이, 컨설팅에서도 고객사에 매일 출퇴근하면서 함께 일하고 분석하는 과정이 미니 현지 조사와 같습니다.
이 논리를 바탕으로 맥킨지 최종 인터뷰에서 저는 "앞으로는 인류학자만 뽑아야겠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입사했습니다. 이 세 사례가 보내 주는 것은 단순한 도전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가장 잘 아는 분야를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분야와 연결해서 나만의 차별화된 스토리를 만들 때, 새로운 커리어의 문이 열린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인류학적 시각과 문화 콘텐츠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 저는 컨설팅 경험 후에 게임 업계로 이직을 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를 만든 블리자드 한국 대표로 취임하게 되었는데요. 이 기회는 우연히 4천 동생의 추천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첫 인터뷰에서 저는 일반적인 경영 질문이 아니라 인류학자로서 마지막에 질문을 던졌습니다. "200명이 넘는 한국 직원들을 관리하는데 있어서 문화적인 충돌이나 조직상에 문제가 있지 않나요?" 당시 아시아 총괄 대표는 놀라면서 저한테 한국 블리자드의 가장 큰 문제가 조직적인 문제였는데, 이 문제를 질문한 사람은 제가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이 마지막 질문은 그 이후에 한 시간 이상 더 심층적인 논의를 이끌어냈고, 결국 저는 비게임업계 출신 최초로 한국 대표에 채용되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입사 후에도 인류학적인 통찰은 이어졌습니다. 본사 개발자들은 한국 유저들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방대한 세계를 경험하는 것보다 최종 보스를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잡는 루트에만 관심이 있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큰 불만이 있었습니다. 미국 유저가 1년 동안 즐길 콘텐츠를 우리 한국 유저들은 3개월 만에 소비하고 떠났던 거죠. 저와 한국 블리자드 팀은 이러한 결과 중심적인 한국 게임 문화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게임 경험치 두 배 향상 아이템을 본사에 제안했습니다. 한국 플레이어의 빨리 끝내려는 니즈를 만족시키면서도 블리자드 본사의 철학을 많이 해치지는 않는 이 아이템은 출시되자마자 한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경계인으로서의 시각을 가질 때, 익숙한 곳에서 새로운 문제와 기회를 발견하고 창의적인 솔루션을 제시하는 강력한 힘이 생깁니다.
블리자드 이후에 저는 구글 글로벌 영업 팀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이전 직장에서 제가 직접적인 영업 경험을 하지는 못했지만, 2년간 채우지 못했던 이 포지션을 제가 차지할 수 있었는데요. 그 비결은 스토리텔링이었습니다. 저는 이력서에서 경영 컨설팅 당시의 영업 프로젝트 경험과 게임 업계의 디지털 마케팅 경험을 연결하면서 "영업도 결국은 스토리텔링이고, 다양한 스토리텔링 경험을 가진 제가 영업도 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잘 보이도록 제 이력서를 완전히 다시 썼습니다. 여러분 생각해 보십시오. 수많은 이력서를 읽는 면접관들이 여러분의 과거 경력과 그들이 찾는 역량의 연결고리를 굳이 노력해서 찾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력서에서 지원자 스스로가 그 연결고리를 친절하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같은 경험이라도 면접관이 찾는 역량과 연결되도록 그들의 입장에서 이력서를 다시 쓰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실제 면접에서는 이 논리를 더 자세히 강조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블리자드의 강력한 스토리텔링 마케팅 경험이 구글 디지털 광고 서비스를 독특하고 고유한 스토리로 엮어내는 고객의 의사 결정을 이끌어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던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저는 이 논리를 실제 업무에서도 활용했다는 것입니다. 삼성, 소니, LG 등의 글로벌 마케팅 총괄들을 대상으로 일을 할 때도 구글의 방대한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각 브랜드의 의미 있는 스토리로 엮어내면서 영업을 했고, 이것이 저를 차별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Talk 언행일치. 여러분의 스토리는 말한 것을 실제로 실천할 때 더욱더 강력해집니다.
5년 후에 저는 비흡연자로서 필립 모리스 한국 대표라는 또 다른 경계에 서게 됩니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아이코스라는 혁신적인 전자 담배 중심의 비즈니스 전화를 이끌면서 조직을 수직적인 전통적인 조직에서 수평적인 테크 회사 조직으로 변모시켜 달라는 회사의 요청은 거절하기 힘든 아주 매력적인 도전이었습니다. 여기서 제가 활용한 것은 바로 블리자드에서 4년간 경험했던 게임 커뮤니티의 팬덤이었습니다. 규제가 많은 담배 산업에서 직접적인 마케팅에서 메시지 전달은 매우 어려웠습니다. 저는 한국 팀에게 아이코스를 사랑하는 소비자들에게 게임 업계에서 진행했던 커뮤니티 경험을 만들어 주는 데 집중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회사가 마케팅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아이코스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팬들이 자발적으로 본인들의 경험을 지인이나 SNS에 공유하는 것에는 제한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팬들에게 긍정적인 커뮤니티 경험만 만들어 준다면, 이러한 자발적인 입소문 마케팅은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아이코스 멤버십 기반에 차별화된 커뮤니티를 만들고, 아이코스 매장 내에서의 월드컵 경기 관람, 뮤직 페스티벌 내부 아이코스 전용 공간 제공 등 독특한 커뮤니티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다양한 산업을 경험한 경계인으로서 게임 산업의 성공 경험을 전혀 다른 담배 산업으로 가져가서 창의적인 시도를 할 수 있었고, 이는 현재 한국 필립스의 지속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여러분, 저는 제가 걸어온 여정을 통해서 다음에 세 가지 핵심 메시지를 여러분에게 오늘 전달하고 싶습니다. 첫째,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현재의 기회와 연결해서 나만의 스토리를 만드십시오. 둘째, 다양한 경험의 경계에 서서 과거의 성공과 실패 경험에서 배운 것을 새로운 분야에 끊임없이 적용하는 경계인이 되십시오. 셋째, 이러한 창의적인 시도를 통해서 나만의 독특한 커리어 가치를 끊임없이 확장하십시오.
처음 경계를 넘는 시도는 마치 두꺼운 유리벽을 깨고 나가는 것처럼 매우 두렵고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마음속에 있는 그 질문, "커리어의 장기적인 안정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AI 시대에는 한 전문 분야의 스펙이나 직장이 아니라, 경계를 넘나들며 가치를 창출하는 나 자신의 능력만이 장기적인 안정성을 보장해 줄 수 있습니다.
저는 생존을 위해서 학자에서 경영인으로 변신하며 새로운 것을 빨리 배우고 적응하고 버텨내야 한다는 간절함으로 지난 25년간 다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경계를 넘는 시도는 반복할수록 점점 쉬워지고 자연스러워지며, 심지어는 재미있어지기까지 한다는 사실입니다. AI 시대에는 산업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로 경계를 넘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다양한 경험을 연결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경계인으로서의 역량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빛을 발할 것입니다.
여러분, 지금 이 화면에서 보시는 작품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리고 제 방에 걸려 있는 이철수 작가의 "파나가의 길"이라는 작품입니다. 길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누군가 걷고 또 걸었기 때문에 비로소 길이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여러분께 새로운 길을 만드는 사람, 즉 경계인이 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오늘 이 세션이 끝나고 여러분이 가장 잘하는 분야 또는 좋아하는 분야와 여러분이 두려워하는 새로운 분야를 이어주는 작은 다리를 놓는 연습을 지금부터 시작해 보십시오. 그 작은 실천이 바로 여러분을 불확실한 미래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경계인으로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경계를 넘는 걸음을 걷고 또 걸으면, 언젠가 사람들이 여러분의 그 독특한 여정을 보고 "저것이 바로 새로운 길이다"라고 부르는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여러분께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부정적인 근심이 아니라 긍정적인 기대로 맞이하시기를 진심으로 원합니다. 미래 경계인 여러분,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입니다. [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