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et Our Mobile App

Take your business learning on the go!

Download on the App StoreGet it on Google Play

일본이 선물한 골프백, 한국인들은 왜 기겁했는가?

지식공장장의 지식공장9:04

Transcription

2025년 10월, 한국과 일본 양국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왔습니다. 그런데 이 양쪽의 의전에 큰 차이가 있는데요. 한국은 천마총 금관과 금으로 된 훈장을 선물한 반면, 일본은 'JAPAN IS BACK'이라 쓰인 모자, 그리고 현재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쓰던 골프 백을 선물했습니다.

이에 많은 네티즌들이 '감다뒤' (감이 다 죽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요. 언뜻 보기에 한국의 선물은 노골적인 찬사로, 일본의 선물은 다소 난해한 제스처로 비칠 수 있지요. 하지만 이 두 선물에는 각국의 외교 철학과 문화적 코드가 정교하게 담겨 있습니다. 오늘은 이게 왜 논란이 되는지, 상징적인 두 선물이 담고 있는 진짜 의미, 그리고 그 이면에 깔린 한일 양국의 외교 전략을 간단하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자국 예법 중심의 일본.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앞서, 한국과 일본 외교 문화의 근본적인 차이부터 이야기해 보죠. 일본은 자신들의 전통과 문화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의전 방식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합니다. 과거부터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해외 국가가 일본과 교역을 하기 위해 몰려오자, 그들을 맞이하면서 자신들의 예법으로 답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고, 해외의 여러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면 최대한 일본적 형태를 유지한 채, 좋은 부분만 반영하여 개선하는 ‘이이도코토리’ 문화가 영향을 준 것이죠. 이런 성향이 이번 의전의 선물에서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죽은 사람의 골프백? 일본 사람들에게 약간 어려운 부탁을 할 때, 공적 지위를 가진 사람에게 사적 관계를 통해 부탁을 하면 자신의 지위를 언급하며 ‘내 입장에선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하지만 ‘친구로서 도와주겠다’는 말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 누군가가 어떤 행위를 했을 때는 그가 어떤 입장에서 행동을 했는지가 중요하지요. 일본에는 '가타미와케(形見分け)'라는 문화가 있습니다. 한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의 물건을 지인들에게 나눠 주는 것으로, 일본에선 이렇게 추억을 나누며 고인의 영혼을 계승하는 문화가 있죠. 지인이 원하는 물건을 나눠줌으로서 죽은 사람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남기고 싶다는, 죽은 사람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하고 싶다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골프백도 이 ‘가타미와케’와 관련이 있습니다. 즉, 골프백은 국가 간의 선물이라기 보다는 '개인 대 개인'의 성격을 강조한 외교적 제스처라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럼 왜 일본은 개인적 외교를 한 것일까요? 아베 전 총리는 2016년에 트럼프에게 ‘금장 골프 드라이버’를 선물하며 골프 외교를 시작했을 정도로 트럼프에 각별한 신경을 썼습니다. 그리고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의 계승자를 자처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카이치 총리는 '가타미와케'를 통해서 아베 신조와 도널드 트럼프라는 두 인물의 개인적 친분을 외교적 형태로 적용한 것입니다. 즉, 나는 아베 전 총리의 정책을 이어 갈 것이고, 그때 미일 관계와 정치적 유산을 이어가고 싶다는 자신의 메시지를 나타내는 선물이기도 한 것이죠. 또한 이 선물은 아베의 미망인 '아베 아키에' 여사가 남편의 친구에게 고인이 추억할 물건을 보낸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키에 여사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회동을 한 적이 있기도 하고요.

이는 'JAPAN IS BACK' 모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베 전 총리는 취임한 후, 2013년에 미국 워싱턴에서 'JAPAN IS BACK’이라는 슬로건을 통해 일본이 부활했다고 표현했죠. 그리고 이 문구는 다카이치 총리가 그대로 계승했습니다. 이 역시 아베 전 총리와 연결된 키워드인 것이죠. 정리하자면, 이는 아베 시대의 외교적 유산을 계승하여 미일 동맹의 연속성을 더욱 강조한 것에 가깝습니다. 일본의 방식에 맞는 철저한 정치적 제스처였던 것이죠. 이번에 다카이치 총리가 APEC 참석 시 한국 국기에 목례를 했던 것처럼, 일본은 자국의 전통에 맞춰 의전을 수행하는 국가이고요.

한국의 왕관? 반면 한국은 어떨까요? 일본이 자국 문화를 바탕으로 의전을 했다면, 한국의 외교는 타인의 기대나 의전에 맞춰 준비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누군가를 대접할 때 타인의 체면과 사회적 조화를 가장 중시하는 문화적 특성이 영향을 준 것이죠. 미국 백악관이 2025년 2월 19일 (현지시간)에 트럼프 대통령이 왕관을 쓴 트윗을 올렸을 정도로, 그는 민주주의 국가의 수장이면서도 군주제의 왕임을 자처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특유의 외교 방식상 트럼프 대통령의 의전 키워드를 ‘왕’으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한국이 트럼프에게 왕관을 선물하는 것은 상대방이 기대하는 상징적 의례를 존중함과 동시에 그의 성향에 맞춰 제공하는 사례라 할 수 있는 겁니다.

또한 이것은 한국이라는 국가의 상징성과 상대의 입장을 배려한 것이기도 한데요. 만약 우리가 진짜 왕관을 만들어 선물했다면 민주주의 국가 미국의 시민들이 반발했겠죠. 민주주의 국가의 수장에게 군주제의 상징을 선물한다고 말이죠. 하지만 한국은 과거의 국가였던 신라의 '천마총 금관' 모형을 줌으로서 기념품이라는 성격을 더욱 강하게 했습니다. 즉, 미국 국민들은 한국이 트럼프에게 왕관을 줬다기 보다는 예우하는 국빈에 대한 기념품으로 생각할 수 있는 미국의 국민들의 입장도 배려한 선물을 한 것이죠. 또한 훈장도 비슷한 의미로 해석됩니다. 그는 평화를 이끈 대통령이라는 명예를 위해 노벨상을 받고 싶어하는데, 한국은 그런 그의 의도를 파악하고 평화에 기여한다는 의미의 훈장을 수여한 것이라고 말이죠.

한국의 의전 문화에서 맞춤형 선물은 주로 본인이나 집단의 사회적 위치, 관계의 깊이, 그리고 전통적인 예의범절을 반영해서 준비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선물은 단순한 기념품이나 호의의 전달을 넘어, 관계 유지와 계층적 위계를 공고히 하는 사회적 메시지 전달의 역할을 하기도 하는 겁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일본의 선물이 특별히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한국, 일본 양쪽이 자신의 문화적 코드에 따라 각자의 선물을 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일본의 접근 방식은 ‘우리는 이런 나라’라는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전략입니다. 국제 사회에서 일본만의 독특한 문화적 위치를 확립하고, 그것을 외교적 자산으로 활용해왔기 때문이죠. 앞에서 말한 ‘JAPAN IS BACK’이 국제 사회에서 일본이 가진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키워드였듯 말이죠. 반면 한국은 ‘당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그것에 맞춰 대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상대방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이해관계를 도모할 수 있는 파트너로 어필하는 것이죠. 한국 사회는 유교적 전통에 기반한 사회적 위계 질서에 뿌리를 두고 있어, 선물은 개인 또는 집단의 사회적 위치를 반영하거나 강화하는 수단으로 자주 이용되지요. 그래서 한국의 선물은 받는 사람의 입장을 더 크게 반영하는 겁니다. 최종 목적은 관계 유지니까요.

결론 정리하죠. 일본이 골프채를 '가타미와케'의 형식으로 선물한 것은 자신들의 전통과 문화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의전 방식을 유지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일본만이 특별한 것도 아니죠. 트럼프 대통령은 왕관에 대한 답례로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야구배트와 글러브를 선물했으니, 미국도 자신의 전통과 문화를 바탕으로 선물한 거라 할 수 있는 겁니다. 즉, 한국, 미국, 일본 세 나라는 모두 각국의 문화적 가치관과 사회적 관계 맥락의 차이를 바탕으로 선물을 한 겁니다. 일본이 개인적이고 정서적인 가치가 반영된 선물 문화와 일관된 정체성을 중요시한다면, 한국은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파악해 이에 맞춰 의전과 선물을 맞추는 상대의 실리에 따라 맞추는 유연성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죠.

그런데 왜 한국 사람들은 일본의 의전을 보고 ‘감다뒤’ (감이 다 죽었다)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 걸까요? 일본이 망자의 물건을 나눠 고인을 추억한다면, 한국에서는 망자의 물건을 불태워 고인에 대한 예를 표하는 문화가 강합니다. 죽은 사람의 물건이 불운을 가져오거나 고인의 영혼과 연결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며, 그래서 죽은 사람을 존중하는 의전을 통해 고인이 현생에 미련을 갖지 말고 이승을 떠나라는 사회적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불 등 죽은 사람의 특정 물건을 받지 말라는 말까지 있는 나라에서 죽은 사람의 골프채를 선물하는 것은 상당히 기괴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양쪽의 의전 차이는 틀린 것도, 옳은 것도 아닙니다. 다만 서로 다른 문화적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죠. 일본은 개인 대 개인의 서사를 바탕으로 친구의 유품이라는 사적 서사를, 한국은 국가 대 국가의 격식을 바탕으로 트럼프 개인의 욕망, 왕을 충족시키면서, '한국'이라는 국가의 유구한 역사와 권위를 동시에 보여주는 공적 서사인 것입니다. 일본이 '친구의 골프백'으로 감성에 호소했다면, 한국은 '제국의 왕관'으로 이성적인 위치를 강조시킨 것이죠. 두 방식 모두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한 치열한 외교적 수사이며, 어느 쪽이 더 낫다고 평가할 순 없습니다. 다만 이 두 선물을 통해 우리는 외교 무대에서 문화와 역사를 활용하는 양국의 서로 다른 접근법을 명확히 확인할 수가 있죠. 다만 한국인인 저는 개인적으로 과연 트럼프 대통령이 그 선물을 받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가 조금 궁금하긴 하네요. 선물이란 건 뭐니 뭐니 해도 받는 사람이 기분이 좋아야 가장 좋은 거니까요.

여러 가지 지식을 바탕으로 인사이트를 말하는 채널 지식공장장의 지식공장의 이번 영상은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