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ription
(질문자) 스님, 귀한 시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대가 좋아져서 이렇게 스님을 온라인으로 뵙고 귀한 말씀도 듣는 것이 꿈만 같습니다. 작년부터 스님의 즉문즉설을 듣고 마음의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어리석은 제 마음에 속아 쉬운 것을 어렵게 살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번 주부터는 '행복학교'도 시작했는데, 행복은 둘째 치고 우선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네 마음대로 해라", "마음을 먹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한다" 등 마음에 대한 말은 많은데, 아무리 들여다봐도 마음은 제 안에 없는 것도 같습니다. 사실 제 마음이 제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이랬다 저랬다 날씨처럼 계속 변하고 끝없이 생겼다 사라지고 제 삶을 끌고 다니는 것 같습니다. 생각할수록 마음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스님, 마음이 무엇입니까?
(스님) 연구 많이 하셨어요.
(질문자와 스님 웃음)
(스님) 공부 많이 하셨어요. 출가해서 스님이 10년 공부한 것보다 많이 한 거예요. '마음이 뭔지 모르겠다' 이게 가장 중요하고, '마음이라는 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다' 이것도 매우 중요한 거예요. '마음이 시뚝배뚝한다', '죽 끓듯이 한다' 이것도 굉장히 중요한 거예요. 왜 내가 이렇게 칭찬하느냐 하면 질문자가 마음을 관찰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냥 "마음이 아프다" 이렇게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마음이 뭐지?' 이렇게 관찰을 좀 했다" 이 얘기거든요. 여기서 적어도 지금 질문자 자신이 관찰한 것만 가지고도 마음이라는 건 믿을 만해요, 안 해요?
(질문자) 믿을 만하지 않습니다.
(웃음)
(스님) 그래요. 이거면 됐어요. '마음은 믿을 만하지 못하다'. 마음은 형편 따라 경계 따라 화장실 갈 때 마음 다르고, 화장실 갔다 올 때 마음 다르고, 똑같은 사람인데 상대가 나를 칭찬할 때 마음 다르고, 비난할 때 마음이 다르고, 이렇게 저녁에 술 마실 때 술에 대한 생각이 다르고, 아침에 배 아프고 토할 때 술에 대한 생각이 다르고. 이렇게 '늘 경계 따라 일어난다'. 이것을 '관심무상(觀心無常)'이라고 해요. 마음을 있는 그대로 관찰해 보면 관심(觀心), 볼 관(觀) 마음을 있는 그대로 관찰해 보면 무상(無常), 없을 무(無), 항상할 상(常) '항상하지 않다', '그냥 계속 이렇게 변하는 거다'. 그 말은 마음이라는 건 집착할 바가 없다, 믿을 바가 못 된다. 그러니까 기쁜 마음이 일어나면 일어나는구나, 슬픈 마음이 일어나면 일어나네. 슬픈 마음이 일어난다고 "슬프다" 말고, 기쁜 마음이 일어난다고 "기쁘다" 말고. '지금 이 인연에서는 기쁘게 일어나네'. 인연이 조금만 바뀌면 또 슬프게 일어날 수도 있고, 또 즐겁게 일어났다가 괴롭게 일어날 수도 있고, 좋다고 했다가 싫다고 할 수도 있고. 그러니까 '좋다' 해도 좋음에 들뜨지 마라. 왜? 이게 금방 '싫다'로 바뀔 수도 있고. '싫다' 한다고 거기 또 너무 집착하지 마라. 왜? 금방 좋을 수도 있다. 상대한테 내게 돈 100만 원 달라 했는데 싫다고 해서 그 사람을 미워했는데, 그 사람이 나한테 천만 원 탁 주면 '아이고, 좋은 사람이네' 이렇게 금방 바뀐다 이 말이에요.
그러니까 마음이라는 게 시뚝배뚝하는 거니까 그 마음에 너무 신경 쓰지 마라. 그냥 그 마음을 알아차리기만 해라. 좋은 마음 일어나면 '좋은 마음 일어나네', 싫은 마음 일어나면 '싫은 마음 일어나네', 즐거운 마음 일어나면 '즐거운 마음이 일어나네', 괴로운 마음 일어나면 '괴로운 마음이 일어나네', 기쁜 마음 일어나면 '기쁜 마음 일어나네', 슬픈 마음 일어나면 '슬픈 마음 일어나네'. 이렇게 그냥 죽 끓듯이 하는 마음을 다만 알아차리기만 해라. 그러면 괴로울 일이 없어요. '저 사람이 좋아 보인다' 좋아 보이는 거는 그 사람이 아니고 내 마음이 좋아 보이는 거예요. 지금 마음이 그렇게 일어나는 거예요. '저 사람 싫다!' 이것도 그 사람하고 관계없어요. 내 마음이 그렇게 일어나는 거예요. '산이 좋다' 산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이 그렇게 일어났을 뿐이에요. 그러니까 그냥 마음이 이렇게 늘 이랬다 저랬다 이랬다 저랬다 일어나니까 그냥 뭐 그런 마음 구경이나 하지. 그 마음은 믿을 것도 못 되고 집착할 바가 없다. 그럼 뭐 괴로울 일이 없죠. 어떤 사람을 만나도 상관없잖아요. '저 사람이 나쁘다'가 아니라 저 사람을 만났을 때 내 마음이 나쁘게 일어난 것일 뿐이에요.
그래서 이거를 사람들이 마음먹으면 끝까지 간다고. 그런데 마음먹은 대로 끝까지 갈 수 없어요. 마음이라는 건 시시때때로 바뀌는데 그게 어떻게 끝까지 가겠어요? 마음이 늘 이렇게 바뀌는 거라는 걸 알면 결과적으로 끝까지 갈 수 있어요. 왜? 내가 여기 서울 가겠다고 해도 가는 동안에 마음이 막 가고 싶다가 가기 싫다가 가고 싶다가 가기 싫다가 12번 바뀌는 거예요. 그래도 가고 싶어도 신경 안 쓰고 가기 싫어도 그 마음에 안 따라가는 거예요. 가기로 했으니까 그냥 가면 되는 거예요. 그렇게 도착하면 뭐라고 한다? "너는 한 번 마음먹은 거 끝까지 하네" 이런 소리를 듣는 거죠. 마음이 계속 그렇게 그대로 있었던 건 아니에요. 마음은 한 시간에도 수백 번 더 바뀔 수가 있어요.
제가 아는 사람 중에는 이렇게 이혼한 사람이 있어요. 두 사람이 너무너무 좋아해서 잠시도 안 보면 못 살아요. 그래서 남편이 결혼해서 직장 생활하는데도 중간에 점심시간에 집으로 쫓아와서 부인하고 껴안고 키스하고 갈 정도로. 그러다 어느 날 키스하다가 아내가 남편의 혀를 깨물었어요. 그러니까 남편이 깜짝 놀라서 “아야!”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부인의 뺨을 탁! 때려버렸어요. 그런데 이때 부인이 딱 생각할 때 '어! 이 인간이 자기가 조금 힘들다고 나를 때려?' 이렇게 된 거예요. 그때 이제 관계에 금이 간 거예요. 이게 이제 조금씩 쌓여서 '이 인간이 지금은 나를 좋다고 하지만 자기가 싫으면 무슨 짓도 할 수 있는 인간이구나!' 이렇게 문제 제기를 하게 되고. 근데 남편은 미안하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시간이 지나도 부인이 매번 그걸 갖고 또 얘기하고 또 얘기하고 이러니까 남자도 나중에 기가 질리고 이렇게 해서 헤어진 경우도 있어요. 너무 좋다가 이렇게 헤어진 거예요. 상담해 보면 희한한 일들이 수백 가지 많습니다. 아시겠어요?
남편이 너무너무 아내가 보고 싶어서 직장 생활하다가 점심시간에 집에 급하게 왔어요. 그런데 그때 마침 시골에 있는 아내의 동창이 서울에 올라와서 "한번 보자" 했는데 지금 아이 때문에 아내가 나갈 형편이 못 된다고 하니까 그럼 "내가 집으로 갈게" 이러고 동창이 집에 와서 같이 있는데 남편이 그 시간에 들어온 거예요. 별로 사랑 안 했으면 이게 별로 문제가 안 되는데 너무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눈이 확 뒤집어진 거예요. 이거는 무엇을 말하는 거예요? 좋은 게 곧 나쁜 게 되고, 나쁜 게 좋은 것 되는 거예요. 그래서 '아! 이때는 이런 마음이 일어나고 좋아하니까 이런 마음이 일어나는구나!' 엄마가 절에 가서 천 배 절하면서 우리 아들 대학에 합격하게 해달라고 이렇게 기도하고 집에 딱 왔는데 아들이 놀고 있으면 기도하고 왔으니까 마음이 편안할까, 성질이 더 날까요? 성질이 더 나겠죠. 이게 마음이라는 거예요.
근데 여러분들은 마음이 어떻고 저떻고 하는데 마음이라는 거는 실체가 없구나, 마음이라는 거는 이랬다 저랬다 하는 거구나, 믿을 게 못 되는구나, 집착할 바가 못 되는구나. 그러나 없느냐? 아니다. 그래도 계속 안개 피어나듯이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거잖아요. 그걸 그냥 이름 붙여서 '마음'이라고 하는 거다. 그러니까 마음에 너무 흔들리지 마라! 그러면 결과적으로 "그 사람은 마음이 굳건한 사람이다" 이렇게 표현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아침에 기도하기로 했으면 눈이 와도 기도하고, 하기 싫어도 기도하고. 근데 우리는 하기 싫으면 안 하고, 하고 싶으면 하고 늘 거기에 놀아나잖아요. '마음이 원래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거다' 이걸 딱 알면 싫어도 하기로 했으면 하고, 좋아도 하기로 했으면 하고 그냥 거기에 구애를 받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마음이 굳건하다" 이런 표현을 쓰는 거예요. 실재하는 마음이 있어서 굳건한 게 아니에요. 마음이라는 건 원래 이렇게 허깨비 같은 거예요.
(질문자) 네, 스님, 지혜의 말씀 감사합니다. 저는 하도 제 마음이 자꾸 변해서 한때는 제가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웃음)
(스님) 네. 근데 원래 그런 거라고 말씀해 주시니 마음이 훨씬 편하고요. 말씀해 주신 대로 마음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구경하면서 재미있고 즐겁게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네.